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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 공부시간 보드게임 클론 배경이야기-02. 코드네임 ‘위스트(Whist)’ 로버트 겐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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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세하 댓글 0건 조회 7회 작성일 19-09-2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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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론 프롤로그-02. 코드네임 위스트(Whist)’ 로버트 겐이치

 

[20394202330분 공업지구 내 화학공장 단지 일대]

 

불빛마저 잡아먹을 듯한 짙은 어둠 속, 건물에서 시커먼 총구가 튀어나오는 것을 보자마자 로버트는 재빨리 부서진 벽 뒤로 몸을 웅크렸다.

"투탁- 파파파박-"

간발의 차이로 머리 위 벽들이 가루가 되어 튀었다.

로버트는 제로모늄이 소모된 사일런서 PK-5를 내던지듯 버리고, 허리에 맨 탄띠에서 네트-Killer를 뽑아들었다.

지금처럼 은신한 적에게는 자가유도탄 아니면 광범위 폭파가 필요했다고 판단했다.

어차피 적의 정확한 위치가 드러나지 않은 채, 시야 확보도 어렵다면 그물망처럼 주변을 모조리 날려버리는 네트-Killer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생포도 좋지만, 확실히 매듭을 짓는 것이 장수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기에.

로버트는 벽에 바짝 기대어 웅크린 자세로 이동하면서, 주변의 여러 돌들을 주워서 여기저기 내던졌다.

그리고 그 잠시의 틈새로 몇 개의 돌 가운데 네트-killer 끼워 넣어 던졌다.

"투파파파- 파팍-"

예상대로 돌이 떨어지며 소음이 나는 자리에 몇 개의 총알이 박혔다가 이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걸 노렸지.'

약간의 시간 후, 던져진 네트-killer에서 그물처럼 번지는 초록빛 제로모늄의 선들이 확장되더니 가볍지 않은 폭발을 일으켰다.

"찌잉~ 주와아아악~ 쿠쿰."

한 가지 이상한 건 분명하게 적을 향해 내던진 네트-killer가 자신의 앞에서 폭발을 일으키는 것처럼 소리가 컸다.

쿠콰콰콰쾅~”

선명한 초록빛의 폭발이 로버트의 온몸을 난자하려고 훅~하고 덮쳐오는 듯 했다.

 

 

[20394221130분 군사지구 내 비밀본부 응급처치실]

 

갑자기 주변이 캄캄해지며, 발밑이 꺼지면서 시커먼 공허 속에 놓인 자신을 발견했다.

어리둥절한 느낌에 멍하니 있는데이내 급격한 추락의 느낌이 들면서 중력의 무거움이 온 몸에 느껴졌다.

추락과 또 추락, 이어지는 끝없는 추락. 온 몸이 분해될 것 같은 압력에 짓눌리며 다리부터 떨어져나가기 시작했다.

로버트는 머리를 감싸 쥐고, 몸을 벌떡 일으켰다.

'우욱~ 머리야. 깨질 것 같아. 으윽-.'

하지만 방금 전 선명했던 죽음 직전의 폭파, 그리고 한없는 추락의 느낌과 달리 어디에도 심각하게 다친 곳은 없었다.

'꿈이었나?'

식은땀으로 상의가 축축하게 느껴진 로버트는 옷을 벗으려다가 낯선 옷감이 느껴져 동작을 멈췄다.

부분부분 얼룩진 자리가 보이는 낡은 환자복. 그제야 주변을 둘러본 로버트는 자신이 숙소가 아닌 본부 내 응급실에 누워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터틀을 수행 중이었는데? 으윽~.'

뒷머리에서 시작된 통증이 등을 거쳐 허리까지 이어졌다. 마치 감전이라도 된 듯 찌릿하고 뻣뻣해져오는 느낌에 로버트는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병실에는 로버트 말고도 3명의 남자가 더 누워 있었지만, 의식을 깬 것은 자신뿐이었다.

맞은 편 침실에는 일명 마스터라고 불리는 짐 킴 요원의 이름도 보였다.

잠시 그러고 있자, 로버트가 누워있던 침대 위에서 초록 불빛이 반짝이더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겐이치 씨깨어나셨네요? 제가 갈 테니 이동하지 말고, 대기하세요."

"."

앉아있는 로버트의 자세를 감지한 침대가 등을 기댈 수 있도록 자동으로 작동하는 동안, 붉은 머리칼에 흰색 가운을 입은 의사가 병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검은 정장 차림에 몸집이 큰 요원 2명도 같이 들어왔다. 그 중 한 명은 로버트도 잘 알고 있는 본부 내 보안팀 케임 버두고 소령이었다.

"저 알아보시죠?"

희미한 소독약의 냄새를 풍기며, 닥터 몰리 워커는 로버트에게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마치 연인에게 장난을 치는 듯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

"대답이 짧은 걸 보니, 다른 사람 같아보이진 않네요. 후후."

가벼운 농담을 건넨 몰리는 차트에서 뭔가를 확인하는 동작을 취한 뒤, 말을 이었다.

"뭔가 기억나는 게 있어요?"

로버트는 대답 대신 고개를 저었다.

"여기 오게 된 경위나 상황에 대해 떠오르면 말해 주세요."

그 순간, 로버트의 머릿속에 잠깐의 기억들이 영화 속 장면처럼 빠르게 훑듯이 지나갔다.

"카운트 화학공장, 터틀 작전 나갔었습니다."

로버트가 기억을 떠올리는 동안 버두고 소령 옆에 있던 검은 정장의 보안 요원이 움직였다. 품에서 패스티너(폭발물 감지기)로 보이는 소형 장치를 꺼내더니 로버트의 상체주변을 스캔하듯 들이대고 있었다.

그러한 상황이 뭔가 어색했는지 버두고 소령이 헛기침을 짧게 하며, 입을 열었다.

"작전 시간을 정확히 기억하십니까?"

계급이나 직책에 상관없이 아무에게도 반말을 하지 않기로 유명한 버두고 소령은 보안팀이라는 지위 상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이는 로버트에게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런 버두고 소령의 질문이 무슨 의도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거부감마저 살짝 들었다.

"도착 시간은 202325투입은 2330."

로버트는 짧게 말을 끊었다. 그러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버두고 소령은 지금 뭔가를 의심하고 있는데... 근데 내가 의심받을 이유가 있나?'

일본인 혼혈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요원 차출 당시부터 유달리 까다롭게 굴던 버두고 소령이었다.

3대를 거치며 갈색의 머리칼을 제외하고는 일본인 피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외모에, 미국에서만 100년을 넘게 살아온 역사도 버두고 소령에겐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로버트는 버두고 소령에게 뭔가를 자세히 설명하고픈 마음이 들지 않았다.

생각을 차분히 정리하는 동안, 잠깐의 폭발 상황이 기억에서 튀어나왔다.

'그랬다. 작전 중 폭발이 일어나면서 내 기억은 끊겼다. 순조롭게 진행 중이었던 것 같은데, 왜지?'

잠시의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깨질 듯 아파왔다.

로버트가 고통으로 표정을 찡그리자 닥터 몰리는 상의 왼쪽 주머니에 있던 서모미터로 체온을 체크했다.

"당신은 210340분이 되어서야 스스로 본부로 복귀했습니다. 맞습니까?"

'내가 내 발로 여기로 왔다고?'

로버트는 생각지도 못한 얘기에 깜짝 놀라는 심정이었다.

깨고 나서 지금까지 자신이 스스로 온 기억이 없었기에, 의식이 깬 이후줄곧 작전 현장에서 구조되어 실려 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모습이 얼굴 표정에 잠깐 드러났는지, 버두고 소령의 눈빛이 차가우면서도 날카로워졌다.

'일단 작전 이후에 뭔가 잘못된 상황인 것 같은데, 시간을 벌어야겠다.'

로버트는 뭔가 좋지 않는 상황으로 전개되는 것을 직감하고고통스러운 척 머리를 감싸 쥐고 어눌하게 말을 이었다.

"기억... 안 납니다.“

로버트의 입장에서 기억이 안 나는 건 사실이니까 적어도 거짓은 아니었다.

“2023시 반에 작전이 시작되었고, 익일 340분에 도착한 것은 확인이 되는데,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거나 아는 건 다 말해 주십시오.”

정말입니다.”

로버트는 얼굴을 계속 찡그리며 힘겨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눈치 빠른 닥터 몰리가 자신의 생각대로 반응해주기를 바랐다.

아직 회복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우리 뇌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충격을 받으면, 의도적으로 뇌로 가는 신경회로를 차단하죠. 이로 인한 일시적인 기억상실일 가능성이 높으니 시간이 조금 지나면 저절로 그 의문에 답이 될 거라고 봐요. 그러니...”

몰리는 동의를 구하듯 말끝을 살짝 흐렸다. 버두고 소령의 초록빛 눈동자에는 여전히 의심이 담겨 있었지만, 지체 없이 반복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뭔가 더 떠오르면, 제게 보고부터 하십시오. 이건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로버트보다는 상급자임에도 버두고 소령은 예의바르게 말하고, 예의바르게 인사를 하고는 보안요원과 함께 병실을 나갔다.

어떤 변화가 느껴지면, 제게도 바로 알려주세요. 상황이 갑작스럽게 급해져서 결원이 최대한 없도록 처리해달라는 펠츠 중령의 요구가 있었거든요.”

맑은 목소리로 설명하는 닥터 몰리의 편견 없는 미소에 로버트는 일순간 마음이 편안해졌다. 몰리는 주변의 침실로 다가가서 나머지 환자의 용태를 살펴보더니 이내 병실을 나갔다.

 

 

[20394231307분 군사지구 내 요원은신처 개인정비실]

 

로버트는 사물함에서 회색빛 위장복을 챙겨 입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방금 전 브리핑 받은 전방위적 임무에 대해서는 개괄적으로 남아있을 뿐 온통 딴 생각으로 가득했다. 옆에 있던 코드네임 스패로우스튜어트가 발끝으로 툭 치지 않았다면, 그나마도 머릿속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멍하니 계속 있었다면 브리핑을 담당했던 스티븐 상사도 눈치를 챘을 테고, 맥클린 차장의 징계 조치에 항변조차도 못했을 것이다.

응급처치실에 있었던 지난 하루 동안 로버트는 확실하지 않은 기억으로 인해 망각이라는 적과 끊임없이 싸워야 했다.

비록 펠츠 중령의 지령에 따라 신체적 이상이 없는 요원의 빠른 퇴실로 병실을 나서긴 했지만, 스스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 답답함은 가시지 않았다.

사실 오늘 아침에도 버두고 소령은 휘하 요원 대신에 직접 자신에게 찾아와 그 날에 대한 정보를 더 얻기를 원했다.

이런 상황이고 보니, 그 날카로운 독사 같은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버두고 소령보다도 그 자신이 더욱 그 날에 있었던 일을 알고 싶어졌다.

어쨌든 현재 확실히 기억나는 것은 작전 중에 바로 앞에서 폭발이 있었다는 것.

또 하나 어렴풋한 기억은 시간의 흐름은 모른 채 비틀거리며 걷고 있는 자신의 전투화를 내려다보는 장면이었다.

그는 그 폭발에서 살아난 것을 난 진심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닥터 몰리가 퇴실조치를 안내하며, 조금 심각한 표정으로 읊조리듯 말했던 것을 계속 되뇌었다.

당신은 아직 확인이 안 되었어요.”

무슨 뜻이지? 기억회복이나 상처가 아직 낫지 않았다는 건가?’

평소의 친절함과는 거리가 느껴졌던 오늘의 닥터 몰리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어버렸다. 버두고 소령이 언급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도 머릿속에서 줄곧 잊혀지지 않았다.

로버트는 버두고 소령의 유난한 집착과 몰리의 낯선 행동을 보면서, 자신의 기억과 현장을 직접 감식하는 것 외에는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20394231543분 공업지구 내 화학공장 일대]

 

뜻하지 않은 바람이 먼지를 가득 품고 사방으로 설치고 다녔다. 로버트는 먼지가 가라앉기를 잠시 기다린 뒤에, 디기탈리스 탄이 장착된 소형 권총을 새로 뽑아들었다. 혹시 남아있을지 모를 추가 위험에 대비하고서 이전의 작전 장소였던 폭발 장소로 조용히 움직였다.

정찰 작전을 빨리 끝내고 일부러 보고를 늦추면서까지 이곳에 온 로버트는 신중하면서도 신속하게 움직였다.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는 중에 자신이 처치했다고 생각했던 클론은 거의 흔적이 없었다. 자신이 터트렸던 네트-Killer의 잔흔도 또 다른 무언가의 폭발에 훼손되어 제대로 찾기 힘들었다.

역시 현장을 봐도 건질게 없군. 눈으로 볼 수 없다면, 디지털 장비라도 활용해보자.’

로버트는 포지션 스캐너를 꺼내어 바닥에 놓고 작동시켰다. 다양한 주파수의 소리와 빛이 사방으로 쏘아졌다.

그는 곧바로 손목에 찬 웨어러블 단말기인 맥거핀과 포지션 스캐너를 연동시켰다.

이윽고 눈에 잘 띄지 않는 건물 잔해 아래에서 금속성 전자식 물질이 포착되었다는 신호가 떴다. 신호를 쫓아 조심스레 그 아래를 뒤지니 응고된 피가 엉겨붙은 척추뼈의 일부가 만져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엄지손톱 크기의 작은 메모리칩을 찾을 수 있었다.

로버트는 그 칩을 맥거핀에 꽂아 분석을 기다리는 중에 문득 이 작은 메모리칩이 어쩌면 판도라의 상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띠리릭- 띠릭- 암호문 분석 중-.’

단말기 화면에 글씨가 늘어날수록 로버트의 눈도 덩달아 커졌다. 그간 품었던 의문이 일부 해소되기도 했지만, 새로운 걱정과 긴장감에 눈가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멕거핀의 화면 위로 닥터 몰리의 굳은 표정과 버두고 소령의 독사 같은 눈매가 겹쳐 보였다.

서둘러야겠어. 알려지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해. 적어도 날 지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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