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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 공부시간 보드게임 클론 배경이야기-04. 코드네임 ‘바피(Barfy)’ 모하메드 자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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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세하 댓글 0건 조회 5회 작성일 19-10-0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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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론 프롤로그-04. 코드네임 바피(Barfy)’ 모하메드 자무시

 

[20394241815분 주택지역 철물점 인근 폐허거리]

 

"저벅~ 저벅~"

어디선가 고요한 정적을 깨고, 묵직하면서 규칙적인 발자국 소리가 어슴푸레 잿빛으로 물들어가는 건물 사이에서 비집고 흘러나왔다.

"치익~, 지금이야, 준비됐지?"

원래라면 초록색이었어야 할, 노랗게 헤진 테니스용 머리띠를 한 더벅머리의 남자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더벅머리의 남자 뒤로,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거리는 형상은 아무리 봐도 아이처럼 작은 체구였다.

더벅머리의 남자는 옷깃이 뜯어진 낡은 코트의 품에서 나침반처럼 보이는 작은 물체를 꺼내었다.

황혼은 저물고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희미해진 빛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그 물체의 테두리는 유달리 반짝거렸다.

"띠릭~"

전원이 켜지는 듯한 붉은 빛이 나타남과 동시에 효과음이 조그맣게 들리자 작은 체구의 사람에게 건넸다.

건물의 그림자에서 벗어난 작은 체구의 사람은 열대여섯 남짓한 여자아이였다.

비록 머리카락은 기름투성이였지만, 짧게 자른 컷트머리라 단정하면서도 강인한 인상마저 주고 있었다.

"저 사람, 클론이 확실...한 거죠?"

큰소리를 내지 못한 탓인지 앳되고 가느다란 그녀의 말은 어두운 풍경에 묻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 더벅머리의 남자는 친절했던 이전과는 다르게 지나치게 흥분하고 있는 듯 보였다.

어떻게 보면 여자아이가 느끼기에는 무서운 괴물 같이 여겨지기도 하였다.

"저 간판 뒤로 숨어서 놈의 등 뒤에 붙이기나 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딱 한 번이면 !"

발자국 소리가 커질수록 다급해진 듯, 전보다 훨씬 빠르고 강렬한 어조로 쏘아붙인 남자는 무너진 건물 벽이 가득한 골목 틈 사이로 사라졌다.

여자아이는 은은한 붉은 빛이 감도는 장치를 움켜쥐고, 빠른 몸놀림으로 움직여서 일부가 파손된 네온사인 간판 뒤로 몸을 수그렸다.

그리 달리지도 않았는데, 숨이 목까지 차오르는 느낌에 여자아이는 가슴이 조여옴을 느꼈다.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어대자 호흡을 고르기 위해 깊은 숨을 내뱉었지만, 이내 관자놀이에서 땀방울이 한 줄 흘렀다.

이제 놈이 골목에서 나오는 그 찰나의 순간만이 자신의 운명을 가를 것이었다

놈이 등을 보일 때, 재빨리 뛰어들어 손에 쥔 EMP레이더를 놈의 등에 붙이기만 한다면무사히 목숨을 지닐 수 있을 것이다.

어제서야 겨우 추가로 받아낸 제로모늄 전지로 제법 근사한 미래를 잠시나마 꿈꿔볼 수 있을 것이다.

오른손으로 주머니에 넣어둔 제로모늄 전지 2개를 만지작거렸다.

희망이 실린 전지를 만지는 것만으로도 두근대는 심장이 조금 가라앉았다.

더 침착해지기 위해 손에 묻은 제로모늄 전지의 쇠냄새를 맡으면서 그녀는 이틀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20394221439분 주택지역 시민공원 내 13구역]

 

"취익~ 외계인들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돌아다니는 건 알고 있지그들 때문에 네 가족도 모두 죽었다고 알고 있는데, 아니야?"

허스키하면서도 낮은 목소리가 고막을 울렸지만, 아직 앳된 얼굴의 소녀, 달리는 대답을 제대로 못했다.

심각한 내용의 질문을 너무 쉽게 던지기도 했지만, 이 아저씨가 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지 놀랐기 때문이었다.

"그걸 어떻게...?"

"치익~ 짧게 말할게. 난 클론을 사냥하고 있어. 전직 경찰 출신이어서 쓸 만한 무기도 갖고 있기도 하고."

그가 말을 할 때마다 어디선가 느끼한 냄새가 은은히 풍겨 나왔다.

또한 말을 시작할 때 깊은 호흡을 먼저 하는데, 그게 항상 칙칙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어서 왠지 거부감이 들었다.

"~ 네 가족들 복수하지 않을래우린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말이야. 물론 도와주면 이것도 주지."

그가 내민 손에는 최근에 구경하기 힘들었던 작은 뭉치의 제로모늄 전지가 있었다.

비록 외계인의 공습으로 많은 도시가 파괴되고 마비되었다고는 하나, 제로모늄이 있으면 여전히 쓸모가 많았다.

이전에 사용했던 화폐는 그저 메모지로도 사용하기 힘든 휴지조각일 뿐이었다.

이제는 일부 살아남은 사람들끼리 생필품을 구할 때조차 제로모늄을 필요로 했다.

제로모늄은 국가 기관에서도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있었다.

공습이 있기 전만해도 제로모늄은 다양한 에너지원으로 활용되었고, 여전히 활용가치가 높았기에 이젠 제로모늄이 곧 돈이었다.

달리는 천천히 손을 내밀어 제로모늄 전지 하나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독기 어린 눈빛으로 머릴 끄덕였다.

"치익~ 좋아, 난 로빈."

 

[20394241818분 주택지역 철물점 인근 폐허거리]

 

이틀 전의 상황을 떠올리는 동안, 폐허의 냄새가 가득한 초저녁의 공기는 달리에게 텁텁한 입맛을 주고 있었다.

미지근한 바람 속 모래가 씹히는 골목 귀퉁이에서 작은 벌레가 이리저리 헤매며 달리의 얼굴 근처를 날아다녀서 은신을 성가시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벌레의 성가심도 그녀에겐 지금의 이 상황에서 벗어나도록 할 수는 없었다.

큰 보상을 쥐어주며 사소한 작업이라고 할 때에는 잘 몰랐지만, 지금에 와서 잘 생각해보니 저 아저씨는 뭔가 좀 달랐다.

사람처럼 보이는 외계인을 죽이는 일쯤은 대수롭지 않은 듯이 가볍게 처리하고 있었다.

달리가 무엇보다도 놀란 것은 좀 전에 한 외계인을 제거할 때 사용한 폭탄의 폭발 때문이었다.

분명 제법 가까이에서 터지며, 파편이 남자의 등에 박혔다고 생각했는데, 로빈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 남자는 표정하나 찡그리지 않았다.

'대단히 참을성이 많거나 아님...'

발자국 소리가 다가올수록 손에 더 많은 땀이 배어 나와서, 손에 쥔 EMP레이더를 떨어뜨릴까 더욱 긴장되었다.

발자국 소리의 주인인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가 드디어 골목에서 벗어나 간판 옆으로 다가왔다.

무표정한 얼굴에 회색빛 선글라스 아래에 드러난 매끈한 피부. 아무리 봐도 인간이지만, 인간 같지 않은 느낌의 남자였다.

달리는 이 남자야말로 클론이라고 직감했다. 신속한 몸동작으로 뒤로 돌아가며 EMP레이더를 등에 갖다 대어 붙였다.

아니, 붙이려고 했지만, 손은 허공을 휘저었다. 허전한 느낌이 오기도 전에 그녀는 놀란 눈으로 외마디 소리를 내었다.

"?"

"홀로그램 포트야. 다시 숨..."

"퓨슈슉!"

더벅머리 남자, 로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건너편 어디선가 총구에서나 볼 수 있는 화기가 몇 번 솟구쳤다.

이내 등을 보인 채 달아나려던 달리는 피의 폭죽을 꽂은 듯 등짝에 커다란 피거품을 뿜어 내고는 쓰러졌다.

구르면서 쓰러진 덕분에 호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제로모늄 전지 2개가 그녀의 삶처럼 바닥에 구르다가 흙더미에 묻혔다.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로 보였던 홀로그램 영상은 이내 흐릿한 빛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어디선가 붉은 레이저의 빛이 골목 틈에 숨어있던 로빈의 머리띠에 비춰졌다.

"치익~ 젠장이 놈이 진짜배기였는데, 젠장, 젠장, !"

"퓨슉~"

이번에도 로빈의 말이 채 끝나기 전이었다. 다만 소녀와 다른 점이라면, 마치 염산에 녹아내린 금속처럼 총알이 관통한 머리가 녹아내렸다.

"치익~ , 아니었던가? 오히려 나였구나이런... ..."

점차 아래로 녹아내리는 도중 가슴 부근에서 붉은 빛이 나오다가 조용히 사그라졌다.

 

로빈이 쓰러진 곳에서 제법 떨어진 2층 높이의 무너진 건물의 잔해 사이로 붉은 터번을 쓴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그 남자는 방금 사용한 플라즈마 건 MK-2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손바닥을 귀에 갖다 대고서 높낮이 없는 음성으로 말했다.

"코드네임 바피다행히 1차 저지로 터틀 하나 잡았습니다."

"수고했어, 바피 요원~!"

"근데 도와주던 인간 여자아이도 사살해버렸네요. 인간이라고는 생각 안했는데... 크크."

"어차피 2차가 발동했다면, 클론의 폭발에 휘말려 죽었을 거야, 신경 쓰지 말고복귀해좌표 전송할 테니, 32분이면 충분하지? 이봐, 모하메드~! 시간 내에 안 오면 니가 클론이라고 보고할 거야~. 틱톡틱톡~."

"알겠습니다, 멜로이. 인간이 되어서 가야죠~."

모하메드는 골목을 빠져나와 더벅머리 남자가 있던 곳으로 향했다.

녹아내린 얼굴 옆으로 조금씩 부식이 일어나는 듯 거품을 내고 있었다.

사내의 가슴 속에 있던 빨간 빛의 자폭 장치도 푸시식~ 거리며 녹아가고 있었다.

모하메드는 손을 뻗어 몸에 난 구멍 속에 넣더니 척추 부근에서 작은 칩 하나를 꺼내었다.

"~ 이게 내게 뭘 말해줄 수 있을까나? 흐흐, 본부도 말해주지 않는 이 요상한 분위기에 대해 뭔가 알려줄까나...?"

모하메드는 방금 얻은 칩을 팔뚝에 걸친 맥거핀의 한 곳에 끼워 넣었다.

"띠디디딕~ 띠릭~ 삐빅~"

 

분석 중이라는 문구가 뜨고서 얼마 있지 않아, 암호화된 정보가 해석된 내용이 올라왔다.

단말기의 화면이 아까보다 더욱 밝아지는 걸로 보아 시간이 조금 더 흘렀을 것이다.

시선을 잠시 앞으로 둔 모하메드의 얼굴은 심각하다 못해 완전히 굳어있었다.

작전 중 의식을 잃고 회복된 이들이 대상이라... 나도 포함이네. -.”

모하메드는 향기 없는 에스프레소보다도 더 쓴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을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그렇단 말이지? 좋아, 잘 됐어, 크크. 어차피 결론이 정해져 있을 거라면, 확실한 편이 좋지. 짐 녀석도 제법 쓸 만한 말을 던졌다니까. 흐흐.“

그 사이 어둠의 이불이 피투성이 소녀의 시체가 있는 골목길을 덮었다.

모하메드는 더벅머리 남자가 들고 있던 무기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녹색 캡슐을 분리해내었다.

"~, 제로모늄도 얻었으니 꽤 괜찮은 소득인걸? 크흐."

잠시 후, 요란한 바람을 일으키며 오버사이클이 골목 사이를 누볐다

떠들썩하게 일어나는 먼지에 비해 소음은 턱없이 작아서 폐허의 골목에 스산함을 더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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